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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특별한 일상

한겨울 내 아름다운 그리움



모처럼 만
얼얼한 바람
콧잔등을
후려치고,

투명한 햇빛
파란 하늘엔
어릴 적 아련한
한겨울 추억들이
달빛에 투영된
그림자 환영처럼
아른거립니다.

지난 일을,
고왔든 슬펐든
모두가 다 아름다운
추억이라 한 것은,

뼈저린 슬픔도
시간이 지나면
탈색된 색종이처럼
설움이 표백된 채,
예쁜 포장지에
가지런히 싸여
과거 속 다락방에
다소곳이 잠들다가,

불현듯 뭉클
수시로 불쑥불쑥
잠을 깨고 일어나
마음의 봉창 문을
두드리기
때문이리라.

발가락
뒤꿈치가
송송 뚫린
덕지덕지
꿰맨 양말에,
닳아빠진
검정 고무신을
헐거이 껴
신은 채로,
눈밭을 휘젓고
얼음판 위를
누비고 놀면서도
으레
그래야 한 것처럼
배고픔을 까맣게
잊던 시절도,

어린 네 남매를
초저녁 일찍
아랫목에 다독여
잠재워 놓으시고,
냉골 윗목에
홑이불을 펴서
돌부처처럼
앉으신 채,
무명 솜 가락을
자아올리시며
밤새 윙윙 울어주는
물레 소리에
설움을 감추시던,
내 홀 어머니의
뼈 시린 서러움도,

지금은
모두가 다
가슴 울컥 뜨거운
한겨울 나의
추억이며,
이제는
모두가 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한겨울 나의
그리움입니다.


2024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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