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첫눈

첫눈 오는 날의 역주행 가을이 채 추스르기도 전, 이맘때면 으레히 습관 된 연례처럼, 매서운 칼바람 점령군처럼 앞세워 가을 잔해 더미에 휘몰이를 시작으로, 삭막한 고독 감추련 듯, 헛헛한 설움에 소금절이를 하는 것처럼, 동토의 계절을 예고함과 함께, 새하얀 눈꽃 천국을 축조키 위한 첫눈이 사박사박 내리는 날이면, 당혹스러움과 아쉬움을 동반한 또 한 설렘을 못내 감추지 못한 채 깊숙히 몸을 움츠려 옷 속에 욱여넣고, 틈틈이 빼곡한 삶의 파편들을 조각 맞춤 하며 더듬더듬 숨가쁜 역주행을 시작해 갑니다. 무수한 갈색 추억 더미 무덤을 지나 아직 선혈이 낭자한 핏빛 능선을 넘어, 애절한 풀벌레 소리와 계절 전령사들의 우렁찬 곡소리가 한 낮 온밤을 주야장천 지새울 제, 거대한 폭풍우가 한여름 태양을 손아귀에 넣고 입 안에 왕사탕 굴리듯.. 더보기
어머니의 자리 과격한 첫눈의 빗발치는 융단폭격으로 서울 도심이 초토화되기 직전, 예정된 생업일정을 하는 수 없이 포기한 채 절친의 지원손길마저 사무실로 퇴각요청 후 한나절 반을 사무실서 소일하다 근우회 송년모임까지 불참을 감행, 실로 간만에 애마를 대동하고 김장 겸 고향을 향해 질주를 .. 더보기
가을이 남겨둔 것 도심 가로수 거리마다 어지럽게 흩어진 낙엽을 들추며 가을 흔적을 지우려는 듯 빗방울이 들칩니다. 북한산 정수리엔 이미 하얀 눈 모자를 씌우고, 겨울 채비를 서둘라는 것인지? 냉찬 바람몰이를 하려는 것인지? 밤새워 흐느끼고도 무엇이 저리도 서러울까? 딸아이랑 가는 병원 길에 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