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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

입추(立秋) 코로나19에 빼앗긴 봄도 서러운데, 긴긴 장마에 여름마저 잃어버린 셈인가? 한여름 단골손님 코빼기도 못 뵜는걸, 가을이 훅 들어서니 이 난경을 어찌할까? 장마전선에 질식해서 죽은 한여름 태양은 어떡하고, 빼앗기고 도둑맞은 세월에 공쳐버린 내 인생은 또 어찌할까? 2020년 8월 7일 (입추) 더보기
얼마나 더 죽어야? 줄곧 달려온 외길 끝, 문득 서늘함에 두리번거린다. 곁도 주변도 하나 없는 황량한 한복판에 빈 손 잔뜩 움켜쥔 채, 약 떨어진 장난감병정처럼 한겨울 들녘 허수아비처럼, 엉거주춤 홀로 서있음이 뭉클 서럽고 시리고 아픈데, 끊임없이 앵무새처럼 뭘 더 버리고 뭘 더 죽이라는 가? 2019년 2.. 더보기
내 안의 설움 무슨 팔자를 타고났기에 이 굴레를 벗지 못하는지? 무슨 설움 가두고 있어 이토록 울컥울컥 눈물을 쏟는지? 비우고 또 비워도 서글픔으로 채워지는, 태초에 움켜쥔 내 몫의 유산이라서? 못다 주시고 홀연히 가신 내 아버지의 애절한 사랑이 못내 낯 설은 그리움이라서? 내 형제 내 어머니 .. 더보기
가을 몰이 돌쟁이 개구쟁이 손에 강아지 끌려 다니듯이 바람을 의지한 낙엽이 공원 마당을 이리저리 이끌려다닌다. 가을이 머물렀던 곳에 텅빈 벤치만 덩그렇게 구멍난 내맘 위로하듯 빈자리를 내 밀고섰다. 기대와 설렘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쉰다섯 살 인생은 오류투성이다. 빈자리를 채워줄 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