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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셋

예순세 번의 착각 계절의 윤회 앞에 이미 가을은 가고 없습니다. 가는 세월에 족쇄를 틀어 나와 함께 결박을 지워둔 채, 어느 땐가부터 되돌림이 반복되는 계절윤회의 착각에 빠져, 세월의 오고 감을 구분치 못하고 습관처럼, 잠시 갔다가 또다시 돌아오리라는 변함없는 착각의 믿음으로, 오는 세월에 삶이 좀먹고 가는 세월에 인생 축나는 줄 모르는 채, 한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소설 절기 앞에 가는 가을인지 오는 겨울인지 여직 분간을 못하고, 차마 떠나지 못한 마지막 단풍잎에 연민을 거두지 못한 채, 이제 막 떠난 가을이 또 다시 오리라는 착각을 거듭하며, 예순세 해 세월등살에 도끼자루 썩어나는 줄 까맣게 모릅니다. 2020년 11월 22일(소설) 더보기
어느 날 문득 이 세상이 마냥 흥미롭고 신비롭기만 하던 해맑은 시절과, 푸르른 청춘 하나만으로도 이 세상이 아름답고 별처럼 빛나보이던 지난 시절이, 현재와 혼재하며 꿈속처럼 아득한 경계를 넘나드는 어느 날 문득, 꿈인지 생신지 모를 아련한 기억 속으로부터 아찔한 현기증에 화들짝 깨어나기도, 휑한 바람이 늦가을 들녘 스산함처럼 가슴팍 깊이 들이쳐 불어오기도 하는 날이면, 전생으로부터 허용된 인생의 여정에서 삶의 마지막 종착역이 이제 그다지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젠 잠시도 밀고 당길만한 촌각의 순간도 묵과할 수 없는, 이 세상 천길 낭떠러지 난간 끝이라는 엄혹한 사실을 상기해야만 한다. 미뤄둔 것을 더 이상 방치함도 곧 설움이고, 새로운 것에 욕심을 품은 것도 만용일 수 있으며, 생각나는 즉시 실행치 못하면 그 것은 .. 더보기
5월의 불꽃 도심길목 담장곳곳 초록넝쿨 뻗친 자리 장미꽃 불꽃이고, 도심주변 나들목 어귀 고개 구릉 마다 아카시아 꽃 잔치입니다. 도심담장 5월의 저 불꽃은 그 어느 쩍 불타던 열정이며, 가슴에 흥건한 아카시 꽃 이 향기는 내 언제 쩍 향수입니까? 차라리 눈을 감고 고개 돌려 뒤돌아보니 온 길 까마득히 멀고, 침침한눈 치켜뜨고 고개 젖혀 앞을 보니 갈길 또한 황망합니다. 2020년 5월 17일 (아카시아 꽃향기 흥건한 자리에서) 더보기
불면의 동면 연말연시 분위기와 계속되는 경조사에, 흩어진 맘 추스르려 모처럼 돌아온 겨울 용마산, 한겨울 동장군이 칼춤을 춰보지도 못한 채, 동면에 들지 못한 아차산이 연신 하품을 하듯 합니다. 여직 가을을 보내지 못한 탓인지? 아직은 겨울을 품지 못한 탓인지? 부지불식간에 새해를 놓친 나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