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는 날의 역주행
가을이 채 추스르기도 전, 이맘때면 으레히 습관 된 연례처럼, 매서운 칼바람 점령군처럼 앞세워 가을 잔해 더미에 휘몰이를 시작으로, 삭막한 고독 감추련 듯, 헛헛한 설움에 소금절이를 하는 것처럼, 동토의 계절을 예고함과 함께, 새하얀 눈꽃 천국을 축조키 위한 첫눈이 사박사박 내리는 날이면, 당혹스러움과 아쉬움을 동반한 또 한 설렘을 못내 감추지 못한 채 깊숙히 몸을 움츠려 옷 속에 욱여넣고, 틈틈이 빼곡한 삶의 파편들을 조각 맞춤 하며 더듬더듬 숨가쁜 역주행을 시작해 갑니다. 무수한 갈색 추억 더미 무덤을 지나 아직 선혈이 낭자한 핏빛 능선을 넘어, 애절한 풀벌레 소리와 계절 전령사들의 우렁찬 곡소리가 한 낮 온밤을 주야장천 지새울 제, 거대한 폭풍우가 한여름 태양을 손아귀에 넣고 입 안에 왕사탕 굴리듯..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