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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

못내 감추지 못한 세 살 천둥 번개가 난무하던 지난밤을 기억하며, 오늘 아침 이 가을의 마지막 모습을 찬찬히 지켜봅니다. 함초롬히 젖은 채 살포시 등 포갠 무수한 낙엽들의 초연함과, 맨몸이 드러나도록 빨개벗겨지고도 바람을 거부치 않는 낙엽수의 의연함과, 비록 꽃이 아니고 향기를 갖지 않았어도, 꽃처럼 곱고 석양 노을처럼 황홀한 저 단풍잎의 당당함과 꿋꿋함을, 짙어가는 헛헛함과 깊어가는 서글픔에 그나마 작은 위안을 삼아 보기도 하지만, 더해가는 나잇살과 불어나는 똥뱃살과 깊어 가는 주름살에 못내 황망함을 감추지 못한 채. 2022년 11월 16일 더보기
가을이 남겨둔 것 도심 가로수 거리마다 어지럽게 흩어진 낙엽을 들추며 가을 흔적을 지우려는 듯 빗방울이 들칩니다. 북한산 정수리엔 이미 하얀 눈 모자를 씌우고, 겨울 채비를 서둘라는 것인지? 냉찬 바람몰이를 하려는 것인지? 밤새워 흐느끼고도 무엇이 저리도 서러울까? 딸아이랑 가는 병원 길에 눈.. 더보기
겨울 단풍닢 한기를 품은 산은 이미 가을을 보냈지만 그리움 품은 내 가슴은 아직은 가을이고 싶다. 응고된 핏빛 처럼 검붉게 피멍든 가슴인가? 가을을 품은채로 세월을 가로 막고서 무슨 미련 두었길래 저리 떠나지 못하는가? 가을이 다 가기전 보고싶다던 그 약속 못내 지우지 못하고서 이리 가을을 붙드는가? 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