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秋 썸네일형 리스트형 낯익은 아침바람 냄새 지난 밤 잠 못 든 비몽사몽의 몽롱함에서 벗어나련 듯, 스르륵 창문을 열고 마주한 어둠 묻은 아침, 하룻밤 새 사뭇 다른 이 아침의 낯익은 촉감에, 긴 안도의 숨과 함께 예순 다섯 해를 꽉 채워 살고서도 아직 순응치 못한 나의 우둔함에 실소를 금치 못합니다. 대자연의 흐름에는 한 점의 그르침도 없다는 사실을 누누이 지켜봐오면서, 늘 저처럼 한결같이, 물처럼 바람처럼 이름 없는 들풀처럼 티 없이 살고자 하였거늘, 들끓는 태양 불면의 한여름 밤 앞에 더운 땀방울과 함께 여지없이 허물어져 내린, 밴댕이 소갈딱지처럼 변덕이 죽 끓 듯 했던 나의 한여름 밤 푸념이 못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 닳아오릅니다. 2023년 8월 8일 (立秋)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