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여섯 썸네일형 리스트형 예순여섯 번 째의 가을 대자연의 법칙에 준한 한결같은 순리 일테지만, 예순여섯 번 째 마주한 이 가을 앞엔 왠지 모를 이방인 입니다. 이맘때 쯤이면 내면에 솟아 난 설움 덩어리가 습관처럼 어김 없이 배 밖으로 나와, 가을 읊조리는 풀벌레 소리에 풍선처럼 잔뜩 부풀어 올라, 가을이 온통 핏물이 들 때까지 짓물러지도록 아리고 저리다가, 설움에 겨운 전령사들이 하나 둘 슬며시 뱅 빼 떠나가고, 허무에 넋 잃은 들녘 허수아비마저 논두렁에 스러져 몸져 눕고 나면, 그 설움 내 설움 낙엽과 함께 바람에 헹가래쳐 보내고 하였건만, 마주한 이 가을 저 풀벌레 소리는 예년의 그 애절함 같지 아니하고 인근에서 들려오는 기계음처럼 가늘고 여리기만 하니 이방인의 낯빛처럼 낯설기만 합니다. 이 가을 전령군이 코로나에 걸렸든지? 풀벌레 발성기관에 노안..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