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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만추의 여백 길고 먼 항로에서 잠시 멈추고, 용마산 만추로부터 일상을 회복하며, 또 한 가을의 뒷모습을 쫓아서 끈적한 기억만을 빼곡히 담습니다. 차도 변을 정처 없이 떠도는 가로수은행잎의 끝 모를 방황과, 그 방황마저 짙은 연무 속에 가둔 채 침묵하는 도심과, 이미 굳은 채로 작은 바람에도 바스락거리는 갈참나무의 애절한 속삭임과, 아직 가시지 않은 단풍잎의 취기에서 지난봄의 아련한 추억과 엊그제 느지막이 핏빛 선혈 자국과, 열기 내린 충혈된 해의 새빨간 토끼눈으로부터, 비로소 홀가분히, 마음의 여백을 찾아갑니다. 2020년 11월 15일 더보기
6월 입성 변혁의 소용돌이로부터 잠시 주춤, 평범한 일상 습관 된 기억에서 소중한 행복을 담습니다. 화려한 꽃 잔치 설렘의 중심으로부터 이내 멀어져, 눈부신 푸르름 빛나는 햇빛 6월 태양 팔 벌려 안고, 흔적 없이 오가는 덧없는 영속, 이미 반쯤 사라진 시간의 모퉁이에서, 그때 그 향기만을 소.. 더보기
습관 적막한 용마산에 가녀린 새소리가 들리고 침묵하는 먼 도심으로부터 파도소리가 들려옵니다. 오늘처럼, 용 빠진 바람에 숲이 경련을 멈추고 구름을 삼킨 해가 하얗게 질식이라도 하는 날이면, 낮은 회색하늘 가까이 겨울 산이 까치발을 서고 먼발치 한강수변 물그림자도 짙습니다. 이렇..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