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그리려다
잠시 둔
파~란
캔버스처럼,
뭐라도
해 두지 않으면
혹여
얼룩이라도
질 것만 같은
티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가만히
집게손가락을
길게 펴 찍고
내 안의 그 이름을
꾹꾹 눌러
예쁘게 쓰곤,
불쑥
겨울을 몰고 온
찬바람에
행여 번짐이라도
생길세라,
핏빛
단풍잎 한 장
갈피표 하여
예삐 갈무리 하고,
풍성했던 초록잎
갈색 추억에 묻어
보내고 비우고
발가벗은 채로,
긴 기다림을 시작한
저 갈참나무처럼,
내 안의
서글픈 그리움
차마
지우지 못 하고,
나 만의
긴 기다림
못내
비우지 못한 채,
정해진
숙명처럼
쥐어 준
내 몫처럼,
돌아가는
그날까지
오롯이 간직하며,
이어 가렵니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러했듯이
지난 해도
그 지난해도
그랬던 것처럼.
2023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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