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얼한 한파가 용마산에 눌러앉고 저만치 한강 수면마저 온통 얼음판인데, 마치 예전부터 그 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처럼 봄이 성큼 눈앞에 서있습니다. 동행한 이란 문형 날렵히 능선을 타고 잠잠했던 까마귀들도 장날을 맞은 듯 분잡한데, 어찌하여 내 숨소리만 죽을 듯이 가빠지고 목구녕에선 자꾸만 휘파람소리가 나는지? 동장군이 겨울 산에 물구나무를 선다 해도 저 멀리 도심 골목에 칼바람이 휘몰아친대도, 봄은 늘 그랬었던 것처럼 술래잡기하다가 눈 마주치듯이 이내 곧 성큼 다가와 곁에 머물러 있겠지요? 예전에도 그러했듯이 핫바지에 방귀 새나간 것처럼, 겨울은 또 그렇게 겹겹의 세월 속으로 꽃샘바람과 함께 흔적을 거두며, 연기처럼 살그머니 사라져가겠지요? 2018년 2월 4일 입춘 이란 문형과 아차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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