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에 머문 바람 2019. 12. 13. 12:00

이 나이를 묵도록

힘껏 사셨는가?

꾀부리지 않고

앞만 바라보며,

죽지 않을 만큼

안간힘쓰며

가랑이 밑에서

딸랑이 소리가나도록?

 

이 나이가 되도록

참 히 사셨는가?

눈치 보지 않고

양심 팔지 않으면서,

빨가벗고

이녁의 거울 앞에 서도

부끄럽지 않고

당당할 수 있을 만큼?

 

진갑이 다 지나도록

후회 없이 사셨는가?

실수하지 않고

미움 사지 않으며

비록

겉은 빛나지 않을지라도

속은 향기 은은하게?

 

진갑을 훌쩍 넘어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휘청거리지 않고

잘 마칠 수 있겠는가?

정신 줄 꽉 틀어잡고

격 떨어지지 않게

폐 끼치지 않으면서

처량해 뵈지 않도록?

 

지난 가을 끝

힘없이 이끄는

바람의 뜻대로

홀연히 떠났던

그 고운

단풍잎처럼?

 

 

2019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