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에 머문 바람 2015. 10. 5. 18:46

 

 

 

 

 

내 아버지 기일 지난

이 아침을

찐한 들깨 향에 취해

비몽사몽 합니다.

들깨 베기 시작한지

채 반시간도 못돼,

온 몸엔 비오듯 한 

땀범벅에

가슴은 옛 추억으로

흥건히 젖은 채,

 

내 고향은 언제나

들깨 향처럼 풋풋한

내 안의 추억들이 뛰노는

마음의 동산입니다.

그 추억 저 건너편은

땀 냄새 물씬한 내 어머니의,

고독하고 고단하신

긴긴 삶이기도 하지만,

 

아득히 먼 어느 옛날

땅거미가 내리는

밭고랑 사이에서,

바쁜 일손을 잠시 멈추시고

먹때깔을 한 움큼 따 모으셔서,

내 한 입에 털어 넣어주시며

흐뭇해하시던,

그 시절 내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2015104일 이른 아침

내 고향 들깨 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