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에 머문 바람 2015. 7. 8. 15:25

 

 

 

 

때로는 서로 위로하고

때로는 서로 격려함서

마치 다정한 연인처럼

정답게 살아가는 두 아우와,

공유한 추억이 하도 많아

떼려야 뗄 수 없는

존경하는 한 께복젱이가,

아우들 야간 번개산행 제안에

기꺼이 동참을 약속하고

아차산 4보루에 먼저 달려와

돗자리를 한 자락 펴놓고 앉아

수 세월을 바람처럼 오가며

그 아련한 추억들을

거미 똥구녕에서 거미줄 빼내듯

술술 풀어낸다.

 

엊그제 막 보름 문턱을 넘어가던

이지러진 하현달이

느즈막히 덕소 어느 산몬당에

턱걸이 하듯 스윽 얼굴을 내밀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이내 우리를 발견하고

활짝 웃는 밝은 모습으로

슬그머니 우리 곁으로 다가와

살며시 한 자리를 차지하고는

잼 있어 죽겠다는 듯

키득키득 하하하 호호호

잠시도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아차산 4보루를 잘못착각하고

아차산역 4번 출구에서

망부석이 된 채로

눈텡이가 부르트도록

죽어라 기다렸다 시는

정 많고 정 깊은 만호 성,

한 손엔 돼지 머릿고기 안주에

또 한 손엔 막걸리 봉지를 들고

아차산과 용마산 간을

뭣 빠지게 헤맨다는데,

용마산을 뒤져도 아무런 흔적 없고~

목청이 찢어져라 불러도 대답 없고~

 

한 아우가 손수 요리해 왔다는

제육볶음이 술을 부르고,

빈 잔에 주둥일 쳐 박고

게욱질을 해대는 술이

아득한 옛 추억을 부르고,

아련한 옛 추억이 새록새록

노곤한 삶을 녹이는디~~

달 빛 너머 저 아래 도심은

휘황찬란한 불덩이가 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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